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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2~25일 유럽의회 선거... 반EU파 무대 되어가는 유럽의회

오는 22~25일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극우정당이 약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1979년 직선제 도입 이후 8번째인 이번 선거는 유럽연합(EU)의 경제정책 간섭에 반대하고 노골적인 이민자 차별 정책을 내건 극우의 목소리가 일상화되면서 유럽통합과 민주주의 향방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 선거 앞두고 여론조사서 극우당 약진


최대 관심사는 극우정당이 얼마나 많은 의석을 확보하느냐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유럽연합 창설을 주도했던 프랑스에서는 유럽통합에 반대하는 국민전선이 지지율 24%로 지지율 1위를 차지했고, 영국에서도 영국독립당이 지지율 30% 내외로 보수당과 지지율 수위를 다투고 있다. 덴마크, 오스트리아, 핀란드에서도 극우정당은 지지율 1·2위를 기록 중이다. 유럽 싱크탱크 ‘오픈유럽’은 극우정당이 751석 중 218석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 재정위기는 유럽통합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는 계기가 됐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에서는 EU가 수백만명의 실업자를 양산시킨 긴축조치를 강요한 데 대한 반감이 큰 반면 독일과 영국, 네덜란드와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EU가 부채국에 대해 너무나 느슨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EU에 대한 불만을 정치적 자양분으로 삼은 극우정당은 EU가 주권에 간섭하고 이민정책을 주도하는 데 반대해왔다. 극우세력의 확대로 당분간 EU 통합과 확대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제 위기로 통합 회의론 득세… EU 이상·가치 위협


극우정당이 유럽의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의미를 간과할 수는 없다. 극우정당들은 유럽의회를 자신의 정견 발표장으로 활용하면서 지지자를 확보해 국내정치에 영향력을 키워왔고, 이에 위기감을 느낀 기존 정치권은 극우 노선을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 결국 EU 전반적으로 극우의 목소리가 커지는 결과를 낳았다.

 

극우의 부상이 경기침체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진단도 나온다. 세계 최대 정치 리스크 컨설팅 회사인 미국 ‘유라시아그룹’의 EU 전문가 무스타파 라흐만은 “생활수준과 사회조건이 밑바닥에서부터 개선되지 않는 한 유권자들의 좌절감과 정치적 포퓰리즘은 주변부 정치 담론을 계속해서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홍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극우는 국가별로 워낙 차이가 커 연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지금까지 반민주 세력으로 여겨졌던 극우의 목소리가 일상화되고, 하나의 대안 세력으로 부상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전했다.

 

“오래된 악마가 다시 깨어나고 있다"


극우의 부상은 정치 통합으로 평화와 안정을 지킨다는 유럽통합의 이상을 위협하고 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유럽의회에서 마지막 연설을 하면서 “오래된 악마가 다시 깨어나고 있다. 극우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를 옹호하는 이들은 EU와 그것이 지켜왔던 가치들을 공격하는 사람들임을 잊어선 안된다”며 “우리는 결코 유럽의 평화와 안정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선 안된다”고 말했다. 

 

선거 결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투표율이다.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투표율은 EU에 대한 무관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통합으로 유럽이 경제적으로 번영할 수 있다는 통합론자들의 주장이 신뢰를 잃었다는 뜻이다. 유럽 각 정파들이 인지도 높은 인사들을 집행위원장 후보로 내세우고, 처음으로 3차례에 걸쳐 TV토론을 한 것도 40%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었다. 


EU 집행위원장 자리 놓고 각국 전·현 총리 경쟁

이위르키 카타이넨 핀란드 총리는 지난달 5일 10년째 맡아오던 총리직을 사임하고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직에 출마한다고 발표했다. 법률 제안권과 예산 집행권을 갖고 대외적으로 유럽연합을 대표하는 집행위원장은 웬만한 국가 정상들보다 국제적인 주목을 받는다. 권한과 상징성이 큰 만큼 각국 전·현직 총리들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집행위원회는 유럽의회 선거 이후 의회 승인투표로 꾸려진다. 눈여겨 볼 변화는 리스본 조약에 따라 집행위원장을 의회 선거결과를 고려해 선출하도록 직선제 요소를 도입한 것이다. 유럽 시민이 집행위원장을 선거로 뽑아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고 집행위원회를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여론 때문이다. 지금까지 집행위원장 자리는 민주적 대표성보다는 정상들의 선호를 우선 고려해 결정됐다. 



유럽의회 양대 정파인 사회당그룹의 마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과 국민당그룹의 장 클로드 융커 전 룩셈부르크 총리가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융커 전 총리는 “집행위원장 후보 지명권이 있는 유럽이사회는 의회 선거 결과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집행위원장 지명이 이와 배치된다면 정치와 시민의 갈등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집행위원장이 정치적 직위로 바뀌는데 반감이 큰 정상들이 선거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이 경우 의회와의 협상 결과 제3의 인물이 후보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카타이넨을 비롯해 헬레 토르닝 슈미트 덴마크 총리,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 등이 ‘장외후보’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