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사제와 사랑에 빠진 이탈리아 여성 26명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편지를 보내 사제 독신주의를 선택사항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모두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이 여성들은 성직자의 결혼을 금지하는 교회의 방침 때문에 ‘절망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이 남성들을 사랑하고, 그들도 우리를 사랑한다”
이들은 17일 가톨릭계 권위지인 바티칸 인사이더에 공개서신을 보내 “우리는 이 남성들을 사랑하고, 그들도 우리를 사랑한다”며 “당신 앞에 겸손하게 우리의 고난을 내려놓아 우리를 위해서 만이 아니라 교회 전체에 도움이 되는 변화가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여성들은 서한에서 자신의 이름과 함께 성의 첫글자를 덧붙였고, 일부는 전화번호를 함께 적어놓기도 했다.
가톨릭 사제와 사랑에 빠진 이탈리아 여성 26명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사제 독신주의를 선택사항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바티칸인사이더기사캡쳐(http://vaticaninsider.lastampa.it)
여성들은 교황에 “우리의 사랑을 축복해달라”며 “사제를 사랑하는 여성들이 감내해야 할 절망적인 고통을 거의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제직을 떠나거나 아니면 은밀하게 관계를 지속하는 선택 밖에 할 수 없는 ‘영혼을 갈가리 찢는’ 고통을 교황을 만나 설명하고 싶다고 전했다.
교회는 사제들이 교회를 배우자 삼아 성직자의 소명에 자신을 바칠 것을 가르쳐왔다. 서한을 보낸 여성들은 사제들이 결혼을 해 자신을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의 지지를 받는다면 불완전하고 은밀한 사랑에 대한 좌절감과 죄의식에서 벗어나 더욱 열정적으로 교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동 성학대 문제를 독신주의에 연결시키는 주장도
가톨릭의 사제 독신주의는 1000년 이상 지속되어온 전통이다. 가톨릭 교회에 속하지 않은 영국 성공회와 동방 정교회, 개신교의 성직자들은 결혼을 할 수 있다. 가톨릭 교회에서는 결혼을 하기 위해 사제직을 떠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이탈리아에서만 6000명에 달하는 성직자들이 결혼을 하기 위해 사제직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최근 수십년간 교황청에는 독신주의를 선택사항으로 바꿔 사제의 결혼을 허용하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독신주의 폐지 옹호론자들은 사제의 결혼을 허용하면 성직사 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사제의 아동 성학대 문제를 독신주의에 연결시키면서 그것이 성적 좌절감에서 비롯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반면 가톨릭 교회는 이런 주장을 배척하면서 아동 성학대는 교회 안에서든 밖에서든 정신적 문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자행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교황은 사제 독신주의를 지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2010년 출간된 자신의 저서 <천국과 지상>에서 “지금으로선 독신주의와 관련된 장단점을 모두 고려할 때 유지하는 쪽이 낫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천년간 오류보다는 긍정적인 경험이 더 많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황은 독신주의가 불변의 원칙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독신주의는 신앙의 문제가 아닌 기율의 문제이기 때문에 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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