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26일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예루살렘 시온산의 만찬실에서 미사를 열 계획이지만 우익 유대교 극단주의자들은 다윗왕의 무덤이기도 한 이곳이 우상 숭배 장소가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교황 방문을 앞두고 예루살렘에서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성지를 겨냥한 극단주의자들의 증오범죄가 이어지고 있다.
시온산 만찬실 미사 예정에 “성지 더럽혀진다” 불쾌감
교황은 24~26일까지 요르단, 팔레스타인을 거쳐 이스라엘을 찾는다. 이스라엘 건국으로 땅을 잃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살고 있는 데하이쉬 난민 캠프를 찾고, 예루살렘에서 바르톨로메오 정교회 총대주교를 비롯해 기독교에 속한 모든 교회 대표자들과 함께 역사적인 공동 미사를 연다. 그러나 중동평화와 종교간 화해를 위한 교황의 중동방문은 뜻하지 않게 만찬실 미사로 난관에 봉착했다.
유대 극단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성지에서 이교도인 교황의 미사를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만찬실은 유대인의 다윗왕이 묻힌 곳이자 오스만제국 시절 모스크가 있던 곳으로, 기독교·유대교·이슬람교가 모두 신성시하는 곳이다. 이들은 지난 12일 항의시위에서 교황이 이 장소에 세 종교 신자들이 모두 찾을 수 있으나 종교 의식을 거행해선 안된다는 영국 위임통치령 시절의 합의를 어기고 있다며 “교황은 로마에 머물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만찬실(The Cenacle)
-위치 : 예루살렘 구시가 시온산
-유래 :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히기 전날 밤 열두 제자들과 함께 한 ‘최후의 만찬’ 장소로 전해짐. 만찬실 위로는 이슬람 사원이, 밑에는 다윗왕의 무덤이 위치(학계에선 실제 무덤은 다른 곳이라고 추정)
-역사 : 1세기에 세워진 최초의 기독교 교회로 여겨짐. 현재 건물은 12세기 십자군 원정대에 의해 세워짐. 최초의 교회 건물 일부는 아직까지 남아있고, 1552년 오토만제국 통제에 들어간 후 이슬람 사원으로 변해 1948년까지 기독교인 출입이 금지됨. 현재는 이스라엘에 속하며, 교황청은 이스라엘 정부와 협상을 해 행정권을 넘겨받으려 하고 있음
교황청과 이스라엘 정부가 만찬실이 있는 성지의 소유권 협상을 마무리지을 것이라는 소문도 이들을 자극했다. 랍비 아브라함 골드스타인은 이스라엘 정부가 만찬실을 교황청에 넘겨주려 한다면서 “그들이 이 장소의 현 상태를 변화시키려고 하는 순간,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한 극단 유대교 정통주의자는 교황 방문단을 십자군으로 칭하며 “이곳에 와 성호를 긋고 종교 의식을 행하면, 이 장소는 우상을 숭배하는 곳이 된다”고 했다.
기독교 성지 훼손도 잇따라
기독교 성지를 훼손하는 증오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일 예루살렘 옛시가의 한 교회 벽에는 ‘유대인을 위한 다윗왕, 예수는 쓰레기’라는 낙서가 적혀있었고, ‘기독교인과 아랍인 그리고 이스라엘을 증오하는 모든 이들에게 죽음을’이라는 글이 발견되기도 했다.
유대 극단주의자들의 증오범죄가 준동하자 파우드 트왈 예루살렘 총대주교는 “제지받지 않는 파괴행위가 교황 방문을 앞두고 공존과 협력의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문인 아모스 오즈는 증오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히브리인 신나치”라고 부르며 “수많은 민족주의자들, 인종차별적 의원들, 이들의 행동에 종교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랍비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러시아군 철수...궁지 몰린 우크라이나 친러 무장세력 (0) | 2014.05.20 |
---|---|
이탈리아 여성들, 교황에 사제 독신주의 폐지 요청 (0) | 2014.05.20 |
22~25일 유럽의회 선거... 반EU파 무대 되어가는 유럽의회 (0) | 2014.05.19 |
태국 정국불안으로 총선연기...군부 개입 시사 (0) | 2014.05.15 |
아베, 헌법 해석 바꿔 집단자위권 행사 추진 공식화 (0) | 2014.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