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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자본주의자와 사람을 만나는 도시

<숲속의 자본주의자>

 

자본주의 사회에 속한 현대인이 지갑을 여는 행위는 신 앞의 고백만큼이나 진실된 마음이다.

정기적인 임금노동에 종사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도 생존할 수 있을까.

우리는 사슴을 증오하며 농사를 짓는 대신 사슴처럼 살기로 했다.

아끼는 것으로는 절대 치솟는 집값을 감당할 수 없다.

내 소유의 돈이 작아서 오는 공포심을 조금만 누르면 보인다. 

커피, 맥주, 와이파이. 그 세 가지를 정말 사랑했다. 먹고 사는 일에 아무 도움이 안 되는데도 좋아하는 것이 사랑 아닐까. 

대마초를 피우는 등의 행위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듯이 일탈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오히려 어떤 사회의 일원이 되어가는 순응의 과정이다. 

모든 중독은 그 중독을 촉발하는 환경과 사람이 한 덩어리로 작용한다. 그래서 재활 치료를 받고 끊었다가도 원래 중독 행동을 했던 일상으로 돌아가면 쉽게 재발한다. 

 

꿈이 삶을 가로막을 때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포기한다고 삶이 포기되진 않는다는 사실이다.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은 순간, 결국 새로운 힘이 너를 채울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내가 살아 있다는 뜻이다. (카프카의 일기)

포기도 때가 있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카뮈. 가난 안에는 고독이 있다. 그 고독은 모든 것의 진짜 가치를 되돌려준다.

돈의 힘을 나의 힘으로 착각하고,

돈이 내 존재를 대신하게 할수록 나는 돈으로 대체 가능한 인간이 되고 내 삶은 색깔을 잃는다.

 

 

<사람을 만나는 도시>

도시민의 일상이 여전히 빈곤한 이유는 우리의 일상을 담든 그릇인 '도시'가 안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시의 본질은 건물의 바깥이며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공공성이 강한 업무 중 하나인 도시계획은 이상적인 건물의 바깥을 조성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건물은 도시의 조연으로서 도시를 위한 건물의 바깥을 만드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

도시의 요체는 건물의 바깥을 구성하는 모든 공적 공간의 집합이며 이를 직시하는 것이 올바른 도시계획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길이 어떻게 만들어졌느냐가 건물의 바깥, 즉 도시의 수준을 결정한다.

최근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중앙선이 없으면 어디로든 통행할 수 있지만 '고의로 차마의 진행을 방해하면 안 된다'는 단서가 달려있다. 자동차를 위해 사람들은 길 가장자리로 비켜나야 하는 장애물이 되었다. 결국 찻길의 부록쯤으로 전락한 사람의 길. 

 

차가 없는 사람은 건물 밖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오늘도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길을 걷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두 세명은 영영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보행자나 운전자의 준법 의식을 탓하기 전에 도시의 구조를 의심해야 한다.

 

>> 차 조심하라는 말이 입에 붙을 수밖에 없다. >> 차 조심하라는 말이 아이를 배웅하는 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는 공동체 의식이 부족하다. 공동체에 속했다는 감정을 느낄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곳은 카페 같은 상업적 공간이 대부분이다.) 

 

도시 계획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도시 안의 공간과 장소가 가진 이러한 잠재력을 끌어내는 일이다. 

제아무리 붙어 살아도 공유하는 공간이 없으니 볼일 없는 사이로 남는다. 우리가 마을을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장소를 알아차리는 것에서부터 변곡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 장소를 그리면 마을은 돌아온다. 

지금 우리의 도시는 그저 집과 일터가 있는 기계일 뿐이다.

 

세라 골드헤이건의 <공간 혁명> 건축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다양하고 중대한 영향 소개.

천장이 높은 방은 사람들을 창의적으로 만든다. 하늘색 천장 아래에서 IQ 검사를 받으면 높은 수치가 나온다.

세종대 스페이스신택스연구소와 동아일보의 2016년 동네 길 분석 

 

명지대 건축학부 박인석 교수 <아파트 한국사회> 

도시 내에서 시민들이 활발히 교류함으로써 도시가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물리적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은 도시 설계자의 몫이다. (사람과의 교류가 활발한 도시는 마치 시냅스가 복잡하게 잘 연결돼 똑똑해진 두뇌와 같다.)

 

걸을 수 있는 도시에서 걷고 싶은 도시로, 걷게 하는 도시로. 보행을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로 만들어 사람들의 의식적인 선택 과정을 소거하는 한층 적극적인 문제 해결의 자세 강조.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3S

만남을 위한 장소 확보, 만남을 방해하는 요소 분리, 만남을 촉진하는 요소 더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