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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가상 토론] 신디케이트 기고문 번역 - 상편

신디케이트 프로젝트 기고문 번역은 전문 번역에 가깝기는 하지만 미세하게 일부 생략되거나 첨가된 부분이 있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원문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경제 전문가나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은 아니라 번역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다니엘 그로스 유럽정책연구센터 소장, 아다이르 터너 전 영국 금융감독청 청장,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하미드 라시드 UNDP 상임 고문,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 로버트 스키델스키 영국 워릭대 명예교수, 마이클 스펜스 뉴욕대 교수

 


■다니엘 그로스 유럽정책연구센터 소장 

- 양적완화 정책이 국가별 성과에서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거의 십년 동안 중앙은행들은 강력한 글로벌 디플레이션 압력을 제어하는 데 제한적인 진전만을 보였다. 2008년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전례 없는 대규모 채권 매입과 함께 제로 금리 정책을 폈다. 영국은행, 일본은행, 유럽중앙은행도 뒤를 따랐다. 이들은 모두 소위 ‘양적완화’ 정책을 취했으나 어디서도 물가상승을 이뤄냈다는 곳은 나타나지 않았다. 디플레이션 압력에 맞선 그들의 공동의 싸움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가들의 통화정책과 경제적 성과는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영국이 확장 정책에서 나와 이자울을 올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강해진 반면 유로존과 일본은 양적완화를 곱절로 늘리고 장기 정책 금리를 마이너스로 끌어내렸다. 어떻게 이 차이를 설명할 수 있을까?

 간단히 말해 부채다. 미국과 영국은 수십년간 경상수지 적자를 보인 채무국이다. 반면 유로존과 일본은 대외 흑자를 유지하면서 채권국이 됐다. 마이너스 금리는 채무자에 유리하고 채권자에 불리하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로 금리를 택하면서 미국과 영국은 경제 회복을 이룬 반면, 유로존과 일본에는 거의 아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고립된 현상이 아니다. 현재까지 덴마크나 스위스 같이 대규모로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보였던 대다수 채권국가들이 장기 국채와 무위험 부채만이 아니라 중기 만기채에도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했지만 거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저금리의 미약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가들의 중앙은행들은 여전히 양적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양적완화나 금리 인하가 그들 경제에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면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인상하면 경기를 진작시킬 수 있을 것이냐고 비난하면서 논쟁의 초점을 옮긴다. 표면상 빈틈없는 주장이지만 현실에선 전혀 그렇지 않다.

 기초 경제학 강의는 ‘저축의 후방굴절 공급곡선’이라는 기이한 사례를 다룬다. 특정 상황에서 이자율을 낮추면 저축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자율 하락이 저축자의 소득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나타나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데 특히 저축자가 은퇴를 대비한 목표 저축액이 있을 경우 이런 일이 발생한다. 

 이것 중 어떤 것도 현재의 통화정책 결정의 기본을 이루는 즉 이자율을 낮추면 소비를 비롯해 다른 지출 활동을 자극하는 경향이 있다는 일반 규칙을 위배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 효과는 해당 경제가 채권자/채무자 중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폐쇄 경제에서는 채권과 채무의 합은 영이 된다. 채권자가 초저금리로 인한 손실을 보면 그만큼 채무자는 이득을 보게 된다. 그러나 대규모의 순대외자산을 보유한 경제의 경우 자연히 채무자보다 채권자가 더 많게 된다. 대외 채무가 많은 나라의 경우 반대의 상황이 된다. 이자율 하한선에 있는 경우의 통화정책의 효율성은 채권국 경제와 채무국 경제에서 달라지게 된다. 

 최근까지 이런 조건은 중요하지 않았다. GDP 대비 대외 자산의 규모가 작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주요 산업국에서 이 비율은 높아졌고 그 격차도 더 커지고 있다. 이는 2007~2008년 금융위기를 낳았던 부채 증가에 부분적으로 기인한다. 그리고 사실 국제적 수준에서 부채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비록 경상수지 불균형이 금융위기 시작 이후 전반적으로 줄었지만 역전되지는 않았다. 이는 대외 흑자국은 계속해서 그들의 채권자 위치를 강화하면서 채무국 경제와 엇갈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유가가 높았던 때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봤던 러시아나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원자재 수출 국가들은 이런 대외자산 포지션의 분기 패턴에서 주된 예외 사례다. 2014년 6월 이후 유가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이들의 자산 포지션은 역전됐다. 수출로 벌어들이는 돈이 절반 정도로 급감하면서 이들 나라들은 적자를 봤고 원자재 시장이 활황기였던 때 모아두었던 국부펀드에서 돈을 빼써야 했다. 지출의 급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선진국 경제는 매우 다른 도전을 맞고 있다. 그들의 문제는, 일견 사치스러워 보이지만, 소비자들이 값이 싸진 수입품들에 대한 소비를 늘리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채권 국가들에서 마이너스 금리는 이런 목표를 진전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대외 흑자는 더 키지고 있다. 

 이러한 분기는 유로존 안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유로존은 채권자이지만 그 안에는 채무 국가들도 있다. 스페인, 포르투갈과 같은 채무국은 현재 약간의 경상수지 흑자를 보이고 있고, 점차 그들의 부채를 줄여가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채권국들은 그들의 경상수지 흑자가 너무나 커져서 채무자/채권자의 비대칭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가장 주목할 사례로 금융위기 시작 이후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는 거의 GDP의 8%까지 증가했다. 이는 독일이 이전 시기 거두었던 경상수지를 합한 것보다 많은 흑자를 봤다는 뜻이다. 현재 추세가 계속되면 독일의 채권 포지션은 GDP의 60%에서 GDP의 100%로 커질 것이다.

 중앙은행은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 경제학자들이 중앙은행 독립을 향한 글로벌 추세를 지지하는 이유는 이들이 단기적 이익을 얻기 위해 경제를 자극하려 시도하는 경향이 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은행가들은 낮은 인플레이션에 조바심치면서 참을성이 없어 보인다. 심지어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과 잠재 성장률의 차이인) 아웃풋 갭이 거의 좁혀지고, 완전고용 상태에 이른 미국이나 일본도 그렇다. 

 채무국가의 중앙은행가들은 잠재적으로 역효과가 더 큰 통화완화로 그들 경제를 조정하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대신 그들은 비록 더디게 나타날 지라도 회복이 그 자신의 경로를 지나도록 허용하고 저유가의 기저 효과가 사라지길 기다려야 한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최근 인정했듯이 오늘날의 글로벌 맥락에서 현재의 통화정책 접근은 효과적이지 않다. 그러나 이 때문에 더 큰 규모의 통화완화책을 약속하는 것은 해답이 아니다. 



원문보기 http://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futility-of-quantitative-easing-in-japan-and-eurozone-by-daniel-gros-2016-02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학교 경제학 교수

- 왜 유럽의 양적완화 정책은 미국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009년 전통적인 통화·재정 정책이 효과를 보이지 않자 장기 채권을 대규모로 사들이고 단기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양적 완화책을 들고 나왔다. 당시 벤 버냉키 의장은 이를 통해 장기 이자율을 낮춰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비싸진) 채권에서 주식과 다른 위험 증권으로 투자 대상을 옮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로서 이들 금융자산의 가치가 올라가고 이를 소유한 가계의 부를 증대시켜 소비 지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의 전략은 잘 들어 맞았다. 주가는 2013년 한 해 동안 30%가 올랐고, 주택 가격은 같은 기간 13%가 뛰었다. 그 결과 가계의 순자산은 그해 10조달러가 늘었다. 부의 증가는 소비 증가로 이어졌고, 그 결과 2013년 미국 GDP는 2.5% 만큼 증가했고 실업률은 8%에서 6.7%로 떨어졌다. 경기 확장은 이후 계속돼 현재 실업률은 5%로 하락했고, 대학 졸업자들의 실업률은 2.5%로 내려갔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대규모 자산 매입과 극단적으로 낮은 (실제적으로는 마이너스) 단기 금리라는 유사한 전략을 택했다. 그러나 주식 소유가 개인과 기관투자자들 다수에게 분산된 미국과 달리 유럽의 기업은 은행과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다. 따라서 양적 완화책이 미국처럼 가계의 부를 증가시켜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이 저금리 정책을 취한 주요 목적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유로화의 가치를 떨어트려 수출을 증가시키는 것이었다. 이 점에서 보자면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정책은 성공적이었다. 유로화의 가치는 2014년 여름 1유로에 1.40달러에서 2015년 가을 1.06달러로 25% 정도 떨어졌다. 

 수년간 유로화의 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점에서 이런 움직임은 바람직했지만 유로화의 가치 하락이 유로존의 수출 증가나 경제 성장에 기여한 부분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이런 현상이 빚어진 한 이유는 유로존 국가들의 교역은 같은 통화를 사용하는 역내 다른 국가들과 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으로의 수출에서도 환율 효과를 거의 누리지 못했다. 대체로 유럽의 수출기업들은 수출 대금을 달러로 받는데 상품의 달러표시 가격을 매우 느리게 조정(내리기)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14년 9월~2015년 9월 사이 유로존의 대미 순수출은 30억유로 증가에 그쳤다. 유로존의 경제 규모가 11조유로라는 점에서 매우 미미한 양이다.

 ECB가 대규모로 채권을 매입한 동기는 통화량을 증가시켜 유로존의 은행들이 기업과 가계에 대출을 늘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런 종류의 대출 증가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유럽중앙은행은 양적완화로 인플레이션율을 2% 근처까지 올리길 원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1년간 양적완화 정책이 에너지 및 식료품 가격의 하락 효과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율을 2.1%로 올려 놓았다. 이는 임금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을 불러올 정도로 실업률을 줄였고 그에 따라 실질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런 전략이 유럽에서 통하지는 않을 것 같다. 유로존의 실업률은 거의 12%로 경기 후퇴가 시작되기 전보다 약 5% 포인트 높은 상황이다.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율 상승은 오직 유로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으로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제한된 경로를 통해서도 유로존의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1%를 넘지 못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유로존의 경기 부진과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등해 3월 정책 회의에서 더 심화된 양적 완화책을 들고 나오겠다고 에고했다.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선 단기 금리를 더 낮추고,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더 확대·연장하겠다는 의미다. 유로존 금융 시장에는 이미 이런 기대감이 반영돼 장기 금리가 하락하고 주가는 상승했다.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의 가치는 더 하락했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에서 볼 때 이런 움직임이 경제의 실질적 활동을 증가시키거나 인플레이션율을 높이는 데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다. 유로존 경제를 살리려면 유로존의 개별 국가들이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에 의존하기 보다 경제의 구조 개혁과 재정적 확장정책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원문보기 http://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quatitative-easing-limited-effects-in-europe-by-martin-feldstein-2016-01


■로버트 스키델스키 영국 워릭대학교 정치경제학 명예교수 

- 저금리 기조보다 재정 지출 확대가 우선


 맥킨지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의 선진국에서 가계부채가 2000~2007년 사이 소득 대비 200% 이상 급증했다. 2008년 금융위기로 부채 규모는 재조정됐지만 이후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정부 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영국 정부 부채는 2007년 GDP의 40%에서 현재 92%로 증가했다. 정부 부채를 줄이려는 노력은 그리스의 경우 (공공 지출 감소에 따른) GDP 감소로 이어졌고, 영국에서는 경기 회복의 지연으로 이어졌다.

 어느 수준의 부채가 안전하냐의 문제는 전적으로 해당 국가의 경제적 맥락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겉으로 보이는 부채 비율의 숫자보다 구체적인 양상을 따져야 한다. 예를 들어 덴마크의 경우 2007년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269%에 달했다. 반면 미국의 경우 가장 높았을 때가 125%였다. 그러나 가계 채무 불이행의 위험은 미국이 훨씬 높았다. 이 차이는 돈을 누가 빌렸느냐에서 비롯했다. 덴마크의 경우 고소득자들이 가장 많이 빌렸고, 모기지 대출도 부동산 가격의 80%로 제한된 상태였다. 반면 미국에서는 하위 10%가 상위 10%보다 더 부채 비율이 높았다. 집값 하락과 금리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자 신용상태가 좋지 않은 이들  대출자들의 연체가 시작되었고 이들은 전략적으로 파산을 선택해 부동산 가격 폭락을 부채질했다. 이는 다른 부채 가계에 더 큰 부담을 주는 식으로 위기를 키우게 됐다. 

 정부 부채에서는 채권자의 구성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 일본의 GDP 대비 정부부채율은 230%로 그리스의 177%보다 더 높다. 하지만 경제 상황은 그리스가 훨씬 더 나쁘다. 채권자의 분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일본의 경우 채권 소유자들이 대부분 자국민으로 정치적 안정에 자신들의 이익이 걸려있다. 그리스의 경우 대부분의 채권자들이 외국의 은행이다. 신용 위기가 발생할 경우 그 전파 속도가 훨씬 빠르다. 

 각국 정부는 ‘건전한’ 경기 회복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가계에 부채를 늘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저금리라는 당근으로 가계 부채를 늘리는 방식으로 경기 회복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지출은 비생산적이고 미래 세대에 부담을 준다는 자주 인용되는 거짓말이 이런 정책을 뒷받침한다. 실제로는 정부가 사회기반시설투자를 늘리면 이로서 덕을 보는 세대는 현 세대가 아니라 미래 세대이며, 이들은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있다.

 저금리 혹은 마이너스 금리가 된 지금이 오히려 정부가 지출을 늘릴 절호의 시기이다. 많은 정부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재정흑자를 추구하고 있다. 경기 회복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세금을 올리거나 복지지출을 줄이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다. 오히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확장적) 정책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성장의 해법은 생산성 증가에 달려있으며, 정부는 이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현재 정부는 지출을 줄이는 데서 오는 디플레이션 효과를 막기 위해 저금리로 돈을 풀고 있다. 그러나 맥킨지가 설명한 것처럼 수요가 침체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저축 성향이 높아지고 은행이 부채를 줄이는 상황에서는 유동성 증가(확장적 통화정책)가 인플레이션(경기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원문보기 http://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rising-debt-unfounded-fears-by-robert-skidelsky-2016-01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 

- 글로벌 저축과 투자 증대가 해법이다. 


 세계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네 가지 원칙을 따라야 한다. 첫째 글로벌 경제의 발전은 글로벌 저축과 투자에 달려있다. 둘째, 저축과 투자의 흐름은 국가 단위가 아닌 세계적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셋째 완전 고용은 높은 저축율에 상응하는 높은 투자율에 달려있다. 넷째, 기업의 투자는 높은 수준의 공공투자와 인적자본 투자가 선행되어야 가능하다. 이 네 가지 원칙을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우리의 목표는 전 세계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경제 발전이다. 경제적 진보는 높은 수준의 글로벌 투자가 있어야 가능하다. 지식과 기술, 생산 시설, 사회 기반 시설에 대한 높은 수준의 투자가 없다면 생산성은 하락하고 결국 삶의 질은 떨어지게 된다. 높은 투자율은 높은 저축율에 달렸다. 장래의 2개의 마시멜로를 받기 위해 지금 눈 앞에 있는 한 개의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은 아이들이 후일 성인이 됐을 때 그렇지 않았던 아이들보다 더 성공했다는 ‘마시멜로 시험’처럼 미래 소득을 증가시키고 은퇴 이후의 안락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현재의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릴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 경제학자들이 중국에 소비를 늘리고 저축을 줄이라고 조언하는 것은 미국의 나쁜 버릇을 배우라는 것과 같다. 

 둘째, 저축과 투자의 흐름을 글로벌 관점에서 봐야 한다. 중국처럼 역내 저축율이 투자 수요보다 많은 나라들은 저축이 부족한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저소득 국가들의 투자를 지원할 수 있다. 중국의 인구는 빠르게 노령화하고 있고 이 때문에 은퇴를 위한 저축을 한다. 반면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저소득 국가는 인구가 젊은 대신 돈이 부족하다. 이들은 중국에서 돈을 빌려 그들 자신의 경제적 번영을 위한 교육과 기술, 기반시설에 투자할 수 있다. 

 세번째, 높은 글로벌 저축율이 자동으로 높은 투자율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방향을 잘못 잡을 경우 소비 부족과 실업을 불러올 수 있다. 은행이나 연금, 보험기금 같은 금융중계기관에 들어온 돈은 생산 활동에도 쓰일 수 있지만 부동산과 같은 투기적 목적에도 사용될 수 있다. 과거 J.P. 모건과 같은 위대한 은행가들은 철도와 철강 산업을 일으켰지만, 오늘날의 금융가들은 반대로 도박꾼이나 와 같은 사기꾼을 닮아가는 경향이 있다.

 네번재, 저탄소 에너지와 지능형 도시 전력망, 정보 기반 보건 시스템과 같은 사회적 효용이 높은 투자는 공공 투자와 공공 정책이 민간의 투자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공공과 민간이 협업에 성공했을 때 가능하다. 철도망이나 항공, 자동차, 반도체, 위성, GPS, 핵발전, 유전체학과 인터넷은 이러한 협력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상의 관점에서 오늘날 지구적인 문제는 세계의 금융중계기관들이 장기 저축을 장기 투자로 적절하게 전환시키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교육과 기술 훈련, 인프라 구축에서 필요한 수준 만큼을 투자하지 않고 있다. 민간 투자가 떨어지는 것은 기본적으로 보조적인 공공 투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근시안적인 거시경제학자들은 세계가 과소 소비 상태에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과소 투자 상태에 있다. 

 그 결과는 (완전 고용 상태에서의 글로벌 저축에 미치지 못하는 글로벌 투자로 인한) 불충분한 세계 수요다. 소비와 부동산에 자금을 대는 단기 자금의 흐름은 변동성이 매우 커진다. 이런 단기 자금의 흐름은 급작스럽게 그 크기와 방향이 바뀌는 경향이 있다.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는 아시아로의 자금 흐름이 갑작스럽게 중단되면서 발생했고, 2008년 금융 위기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글로벌 단기 대출이 급작스럽게 말라붙으면서 시작됐다. 현재 중국이 맞딱뜨린 위기도 자금유입이 급작스럽게 자금유출로 바뀌면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같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중국에 국내 소비를 늘리고 수출을 줄이기 위해 위안화를 절상하라고 조언한다. 이는 마시멜로 시험을 실패하게 만드는 것이다. 과소비와 과소투자를 격려하는 것이자 빠르게 노령화가 되는 중국 사회는 물론, 중국의 막대한 저축과 산업 능력을 이용할 수 있는 세계에서 실업을 늘리는 길이다. 

 올바른 정책은 중국의 높은 저축을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저소득 국가들의 인프라, 기술 투자를 증가시키는 데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육상과 해상에서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이어지는 교통·통신망을 구축한다는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올바른 정책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오늘날 저소득 국가들의 빠른 성장에 필요한 투자재를 생산하도록 중국의 공장 생산 능력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게 할 것이다. 아프리카나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의 자본재 수입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위안화 가치를 떨어트리는 것도 허용할 필요가 있다.

 더 일반적으로 각국 정부는 자국의 또는 다국적 개발은행들이 연기금과 보험기금, 상업은행에서 모은 장기 저축을 미래 산업을 위한 장기간의 공공 및 민간 투자에 투입할 수 있도록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중앙은행과 헤지펀드는 경제의 장기 성장과 금융 안정을 이룰 수 없다. 오직 공공과 민간에서의 장기 투자만이 세계 경제를 현재의 불안정과 느린 성장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 


원문보기 http://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global-economic-recovery-higher-investment-by-jeffrey-d-sachs-201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