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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우크라 친러 세력 진압작전에 미 용병들 가담”

미국의 민간군사기업 아카데미(Academi) 요원 400명이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함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을 진압하는 작전에 투입됐다고 독일 신문 빌트의 일요판 ‘빌트 암 존탁’이 지난 11일 보도했다. 미 용병회사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지난 3월부터 러시아 언론을 중심으로 나왔으나 이번에는 독일 언론이 자국 정보기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신빙성을 높이고 있다. 

 

빌트 암 존탁의 보도에 따르면 아카데미의 400명 요원들은 친러 민병대가 거점으로 삼고 있는 동부 도네츠크주 슬라뱐스크 외곽에서 정부군과 함께 이들을 진압하기 위한 대테러작전을 수행했다. 신문은 독일 연방정보국(BND)이 지난달 29일 정부에 이 같은 사실을 보고했다고 전하면서 누가 용병을 고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독 언론, ‘이라크 민간인 살상’ 민간군사기업 개입 의혹 제기


앞서 친러 민병대는 지난 2일 무선 교신 감청 결과 여러 주파수대에서 정부군 측 군인들이 영어로 교신하는 기록을 확보했다며 외국 용병이 참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싱크탱크인 정책조사개발연구소의 안보전문가 나페즈 아흐메드는 이 의혹에 대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아카데미는 모든 종류의 전장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측의 선전전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아카데미의 전신인 블랙워터는 2007년 10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경호 임무 도중 결혼식에 참석한 민간인을 상대로 무차별 총격을 가해 17명을 죽이고 20명에게 부상을 입혀 악명을 떨쳤다. 블랙워터 측은 이와 관련해 2012년 벌금으로 750만달러를 내기로 미 정부와 합의했다. 사건에 관여한 용병 직원 대부분은 국방부 지시에 따라다는 이유로 혹은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았고 현재 소수 인원에 대해서만 재판이 진행 중이다. 

 

현대 분쟁의 한 단면,  ‘분쟁의 외주화’


우크라이나가 용병을 고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현대 분쟁의 한 단면이라할 ‘분쟁 외주화’를 증명하는 또다른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용을 줄이고 군사작전에 따른 비난을 피하기 위해 1990년대 이후 군사부문의 민영화가 진행되면서 민간군사기업의 역할은 우편 배달, 급식, 청소, 장비 배급 등 비군사적 기능에서 사병의 군사 훈련, 전투 참여, 첩보활동 등 거의 모든 군사 영역으로 확장됐다. 

 


블랙워터 설립자인 에릭 프린스는 이를 “페덱스(FedEx)가 우편서비스를 대신하듯 국가안보업무를 대신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민간군사기업은 2004년 미 중앙정보국(CIA)과 계약을 맺고 알카에다의 고위 지도자를 찾아내 암살하는 일에도 참여한 블랙워터처럼 살인청부업이나 전쟁포로에 대한 고문, 무기 밀매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