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해임 결정으로 잉락 친나왓 총리가 물러났지만 태국 정국의 혼란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기득권 세력을 대변해온 보수 야당이 주도하는 반탁신 진영은 9일 잉락 총리에 이어 과도정부 내각도 사흘 안에 물러날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했다,
“탁신 체제의 흔적을 태국에서 지워버리겠다”
약 1만명의 반정부 시위대는 이날 방콕 도심 룸피니 공원에 모여 과도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반정부 시위를 이끌고 있는 보수 야당 민주당의 수텝 터억수반 전 부총리는 집회 현장에서 “우리는 탁신 체제의 흔적을 태국에서 지워버리겠다”며 “3일 안에 정부가 완전히 물러나지 않으면 보복을 하겠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이어 룸피니 공원을 나와 총리 청사, 의사당, 5대 공중파 방송국 등을 향해 행진을 벌였다. 수텝 전 부총리는 “탁신 체제의 잔당을 몰아낼 것”이라며 대법원, 상원의장, 주요 방송국 등에 현 정부를 퇴진시키기 위해 힘을 합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날 총리 청사 구내에 진입해 그곳에서 밤을 지내겠다고 밝혔다. 다른 시위대는 치안 당국인 평화질서관리센터(CAPO) 본부에 진입하려다 경찰과 대치했으며,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해 시위대 4명이 최루가스 흡입으로 병원에 후송됐다.
헌재 '직권남용' 결정으로 잉락 친나왓 퇴진한 지 이틀 만
이날 시위는 터억수반 전 총리가 지난해 11월 반정부 시위를 시작한 이후 ‘최후의 결전’이라고 명명한 11번째 시위로, 잉락 친나왓 전 총리가 7일 헌법재판소의 권력 남용 결정으로 퇴진한 지 이틀 만에 열린 것이다. 과도정부는 잉락 전 총리와 각료 9명의 퇴진으로 명맥만 남은 상태이지만 반탁신 진영은 과도정부 사퇴로 7월 20일 예정된 선거를 무산시킬 계획이다. 이들은 선거가 아닌 중립적 성향의 과도 정부를 출범시켜 정치개혁을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왕실, 기업가, 고위 관료, 군부 등 기득권층을 대변해온 민주당은 저소득 계층으로부터 외면받아 지난 20여 년 동안 한 번도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반탁신·반정부 진영은 선거로 탁신 진영을 이길 수 없게 되자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잉락 전 총리의 오빠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실각시켰으며, 이번에는 선거를 치르지 말고 과도정부를 구성해 정치개혁을 단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친탁신 진영은 "이번에도 선거 승리로 권력을 되찾을 것"
반면 농민, 노동자 등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을 펴며 2001년 이후 치러진 모든 선거에서 이겼던 친탁신 진영은 이번에도 선거 승리로 권력을 되찾길 기대하고 있다. 친탁신·친정부 진영을 일컫는 ‘레드셔츠’는 잉락 전 총리 해임에 반발해 10일 대규모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레드셔츠는 반정부 시위대를 일컫는 ‘엘로우셔츠’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반정부 시위 장소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시위를 벌이기로 했지만 양측이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양측은 모두 시위 도중 총기를 사용해 상대방을 공격한 적이 있으며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양측의 충돌로 25명이 숨지고 7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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