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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교황청 “10년간 성추문으로 848명 성직 박탈”

교황청이 처음으로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성직자에 대한 처벌 정보를 공개했다. 교황청은 아동 성폭력이 유엔 고문방지협약상 고문에 해당한다고 인정해 다수 국가가 소멸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고문 피해를 이유로 새로운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교황청을 상대로 고문방지협약 이행 조사


교황청의 실바노 토마시 대주교 겸 제네바 대사는 6일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에 출석해 지난 2004년 이후 3400건 이상의 성폭행 및 성추행 사건이 교황청에 보고됐다면서 848명의 성직을 박탈하고 2572명에 대해서는 평생을 속죄와 기도로 지내거나 공직 취임을 금지하는 제재를 했다고 말했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교황청을 상대로 고문방지협약 이행을 조사하기 시작한 지 이틀만에 이뤄진 조치이다. 


이 숫자는 오직 교황청이 처리한 사건만을 합한 것으로 지역 교구에서 다룬 사건들을 합하면 제재를 받은 성직자의 수는 훨씬 클 것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전 세계 가톨릭 성직자 수는 약 41만명이다. 



교황청 정보에 따르면 아동 성학대로 처벌받은 성직자의 수는 2012년 348명, 2013년 358명으로 이 문제가 한창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던 2010년 이후에 오히려 증가했다. 반면 성직 박탈을 당한 수는 2012년 70명에서 지난해 43명으로 처벌이 가벼워지는 경향을 보였다. 미국의 성직자 성추행 피해자들의 모임인 SNAP는 교황청의 정보 공개가 성직자 성범죄에 관한 투명성을 높이는 조치라고 환영하면서도 “무의미한 숫자” 대신 성추행을 저지른 성직자의 이름과 소재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아동 성학대 '고문' 인정... 처벌은 오히려 가벼워지는 경향


토마시 대주교는 고문방지협약이 바티칸 시국 내에서만 유효하다고 주장했지만 고문방지위원회가 성폭력을 고문의 한 형태로 인정하느냐고 추궁하자 “협약의 정의와 일치한다”고 말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펠리스 게이어 고문방지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를 성폭력이 고문의 한 형태가 될 수 있음을 교황청이 분명히 인정한 것이라고 확인했다. 고문방지협약은 공인이 저지른 고문에 한해 적용되는 것으로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고 협약 당사국간에 보편 관할권이 적용되어 가해자의 국적과 가해 장소에 상관없이 처벌할 수 있다. 성직자는 사인이 아닌 가톨릭 교회에 속한 공인으로 협약의 적용대상이다.

 

법률전문가들은 법원이 성폭력이 고문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경우 그간 피해자들이 성범죄에 대한 법적 정의를 구하는 데 가장 큰 장애였던 시효 문제를 우회해 새롭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팜 스피스 헌법권리센터 상임변호사는 “피해자들이 정의와 보상을 구할 수 있는 추가적인 길이 열렸다”며 “더 큰 피해를 막는데 기여할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에선 법원이 소멸시효를 우회하기 위해 성폭행을 고문으로 재분류하려는 시도를 인정할 지 의문이라는 견해를 표했다.

 

가톨릭 교회의 아동성학대 문제는 20년전부터 불거졌으며 미국에서는 10년전부터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미국의 가톨릭 교회가 아동성학대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상금만 지금까지 25억달러에 이른다. 최근에는 아일랜드,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를 비롯한 각국에서 성직자의 아동성추행 사건이 폭로되면서 국제적 관심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