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당신의 생활이 비록 빈곤해 보일지라도 그것을 탓하는 대신, 차라리 평범한 생활에서 풍요로움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세요. 창조하는 사람에게 결코 가난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그냥 지나쳐버려도 좋을 빈약한 장소란 없기 때문입니다. (10)

 

창조하는 사람은 자신이 하나의 세계가 되어야 하며, 모든 것을 자기 자신 속에서나 그 자신과 하나가 된 자연 속에서 찾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입니다. (12)

 

가장 조용한 시간에 당신의 마음 깊은 느낌을 통해서만 답을 구할 수 있는 의문에 대해 절대로 외부로부터 대답이 오길 기대하지 마세요. (13)

 

창작가는 항상 자신의 가장 훌륭한(훌룡한x) 덕목조차도 의식해서는 안됩니다. (22)

 

진정한 운명이란 일시적인 슬픔보다 훨씬 더 괴롭습니다. 하지만 보다 위대한 것에 도달할 수 있는 기회와 영원으로 가는 용기를 북돋아 줍니다. (23)

 

고독이란 단 하나뿐이며 그것은 크고도 참기 어렵습니다. ~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은 오로지 이것 하나뿐입니다. 고독, 크고도 내적인 그 고독 말입니다. 자기 속으로 몰입하여 아무와도 만나지 않는 것, 바로 그런 것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38)

 

당신의 지위를 다른 사람에게 확인시키는 데 쓸데없이 많은 시간과 힘을 낭비하지 마세요. (40)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 자기 스스로를 세우기 위해 그 어떤 저항이나 대가를 치르더라도 독자적인 것이 되려고 애씁니다. ~ 고독하다는 것은 좋은 것입니다. 고독이란 어렵기 때문이죠. 그것이 어렵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가 고독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사랑하는 것 또한 좋은 일입니다. 사랑 역시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궁극적인 마지막 시련이자 시험이며 과제입니다. ~사랑도 배워야 하니까요. ~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승화되고 심화된 홀로됨입니다. ~사랑이란 자기 내부의 그 어떤 세계를 다른 사람을 위해 만들어 가는 숭고한 계기입니다. 또한 자기 자신을 보다 넓은 세계로 이끄는 용기입니다. (46)

 

출세란 언제나 다른 사람이 시켜주는 게 아니겠소? (157)

 

우리들을 이해하지도 않으면서 우리들을 붙잡고 도와주고 있는 자연이 존재하듯이 말입니다. (177)

 

어떻게 말로 위로가 될 수 있겠습니까? ~ 위로라는 것은 따지고 보면 마음을 잃어버리는 것의 한 형태이며, 그 깊은 곳에는 경솔함과 무의미함이 자리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시간 또한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겉으로 말하듯, 시간은 절대로 위로가 될 수 없습니다. 시간은 기껏해야 정리를 해줄 뿐이며, 질서를 줄 뿐입니다. ~ 우리의 본능은 그런 슬픔에 대해 위로를 받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 슬픔이 갖는 독특함과 영향력을 우리 삶의 테두리 안에서 경험하고 싶다는 우리 모두의 고통스런 호기심임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들은 그 슬픔의 의미와 어려움으로 우리들의 내적 세계를 풍족하게 하기 위해 어느 정도는 욕심을 부려야 합니다. (192)

 

슬픔에 위로가 필요할까. 억지로 슬픔을 덜어주려고 해선 안될 것이다. 슬픔도 사랑이기 때문이다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저
예스24 | 애드온2